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성공 확률 0%의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
    생각 2022. 3. 15. 20:33

     

    2015년 처음 창업을 하고, 회사가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우리가 속해있는 분야에서는 그래도 약간의 전문성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종종 자문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어찌되었든 뭔가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알아 두면 좋을것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편이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보통 식사를 함께 하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체로 매우 다양한 질문들이 준비해 오신다. 내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성의있게 답변을 드리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과적으로 나를 찾아왔던 분들 중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낸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그 이유는 사실 매우 간단하지만 냉혹하다. 애초에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혹은 이미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제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품질 수준을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인 경우도 많았고, 시장에 비슷한 제품이 너무 많아서 주목을 받기 매우 어려운 제품인 경우도 많았다. 제품의 기능은 그럴듯 하지만 디자인의 수준이 너무 떨어져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제품들을 가져와 자문을 구하는 분들에게는 사실 해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다. 이분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은 대체로 '미국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꼭 미국에 방문해야 하나요?' 라든지 '유튜버들에게 광고를 했을 때 효과는 얼마나 보셨나요?'와 같은 매우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질문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들을 들을 때면 대답해드리고 싶은 의욕이 굉장히 떨어지곤 하는데, 그분들이 성공적으로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유튜버들을 통해 광고를 한다고 해도 안타깝게도 해당 프로젝트는 잘 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잘 될 수 없는 제품을 갖고 시작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회사를 설립하고 직원들을 채용하고 꽤 많은 금전적, 시간적 투자를 한 후 프로젝트의 런칭을 눈 앞에 두고 자문을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제품이 잘못된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적당히 해주면서 조심스럽게, 기분이 덜 상할 단어를 골라 제품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경우가 많았다. 

     

    결국 사업에 관한 질문의 핵심은 제품에 관한 것, 소비자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제품과 자신의 자아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고 피드백 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 사실 나 역시도 여전히 부정적인 피드백이 두렵다. 그렇지만 굳이 먼 거리를 찾아와 밥까지 사면서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한다면, 조금 더 근본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사업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걸고 하는 일이고, 잘못 되었을 경우의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